나의 해방 일지를 써보고 싶어지는 드라마!
또 오해영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기다렸던 차기 드라마가 나온다기에 기대하며 보게 된 드라마. 마니아층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고 지금도 많은 분들에게 '내 인생의 드라마'라고 꼽히는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의 차기작 '나의 해방 일지를 리뷰해본다. 직장은 서울로 다니지만 집이 먼 것이지 회사가 먼 것이 아닌 삼 남매 미정, 창희, 기정 (김지원, 이민기, 이엘)의 소박하지만 현실에 반드시 있을법한 등장인물들의 찰진 연기. 출퇴근이 무려 왕복 4시간 이상이 걸리는 삼 남매는 아직 부모님 댁에서 독립하지 않은, 나이가 차도 꽉 찬 성인들이다. 보수적인 아버지(천호진)의 양육방식에 따르는 삼 남매들은 매사에 투덜대기는 하지만, 늙으신 부모님을 감히 떠나지 못하고 매일매일 피곤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간다. 늘 도시의 삶을 꿈꾸는 그들. 현란하고 역동적인 도시에서의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청춘이기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일탈마저도 절제하며 사는 그들은 주말에는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돕는다. 그 가족 안에 불쑥 등장한 구 씨(손석구). 죽을 위기에 결국 그를 구해준 미정의 도움으로 산포에 정착하게 된 것이었다.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미정은 하루하루 술로 인해 자신을 학대하며 괴로워하는 구 씨에게 그에게 할 일을 준다며 자신을 추앙하라고 한다. 사랑이 아니라 추앙(worship). 왜냐면 미정의 가슴은 사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커다란 아픔과 공허함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꼭 봐야만 하는 드라마! 꼭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어는 우리에게 의문을 던진다.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다. 사랑과 존경이 아닌 추앙, 자유가 아닌 해방이란 단어를 선택한다. 이 드라마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자 다르겠지만, 기독교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이 드러난다. 드라마 속 소재로, 대사로 나오는 교회, 말씀, 천국, 구원, 추앙, 해방 등의 단어 때문만은 아니다. 미정이 하는 대사 중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 따위는 내게 필요치 않아. 난 이 땅에서 그것을 볼 거야!' 결국 치열한 싸움터인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미정은 천국을 맛보며 해방에 이르게 된다. 결국 그 뜻은 속박된 곳에서 자유한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미정이 바라보는 해방의 뜻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뚫고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의 장면이 드라마 곳곳에서 보인다. 미정의 날아간 모자를 다시 줍기 위해 이쪽에서 저쪽 개천으로 점프하며 넘어가는 장면 역시 불가능할 것 같은, 하지만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해방의 몸짓인 것이다. 이곳은 벗어나고 싶은 갇혀있는 곳이고, 저쪽은 갇힌 곳에서 묶여있는 것에서 풀어지는 자유함이 있는 곳인 것이다. 박해영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대사, 인물, 장소, 상황은 너무 깊다. 드라마를 한 번만 보지 않게 되는 이유다. 미정과 구 씨와의 가슴 아픈 이별, 만남, 사이에는 일반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이는 격렬하고도 직관적인 장면이나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 설레고 가슴 아프며, 절절하게 느껴진다. 미정이 구 씨에게 주는 사랑이 이 세상에서 과연 가능한 사랑인가? 아니 그런 사랑이 있다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사랑이다. 그래서 더 절절하다. 구 씨는 미정의 추앙 미션에 오케이 하지만, 그건 그가 무엇을 했건, 어떤 사람이건 간에 조건 없이, 먼저 구 씨를 추앙해주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구 씨가 그냥 미정과 계속 교제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미정이 알게 되면 자신을 떠나갈까 봐 무서워 어리석은 이별을 통보하며 사라진 거다. 현대에 살아가면서 우리는 조건을 본다. 기브 앤 테이크. 저울을 재어가며 비슷한 수준을 따져가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결국 다시 만난 구 씨와 미정. 서로 솔직하지 못한 채 서로를 추앙했었던 지난 시간들. 구 씨가 상처 입은 얼굴을 미정에게 그대로 내어 보이는 장면은, 버림받을까 봐 사실은 도망갔던 자신의 모습에서 돌아서서 자신의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 곧 자유함을 선택한 것이다. 그 모습까지도 품어주는 미정. 아가페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미정. 그 사랑을 입어 그 역시 그 전의 구 씨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용서할 수 없는 자에게 '용서'를 실행하는 구 씨. 결굴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었던!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한 것같이 우리를 용서하옵시고....'
아가페 사랑! 그 사랑이 나를 변화시킨다
극 중 미정은 마치 서울이 아닌 변두리에 사는, 주목받지 못한, 촌스런, 때로는 착해서 바보 같은 답답한 여자로 보이듯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고민을 하며 이 세대를 분별할 줄 아는 그야말로 지혜로운 여자이다. 미정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해방되고 싶다고 하는 말 안에 그 해답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많은 미디어 안에 갇혀 지금 살고 있는 이유를 굳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해방 따위는 머리 아픈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은 모두가 문제가 없어 보여도 완전하지 않기에 해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도 이유도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들판에 풀어진 들개의 모습에서 사실은 언제라도 위험에 노출된 이 세대를 의미한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 삶이 지치고 힘겨운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존재에 대한 무가치감 때문일 수 있다. 가치의 기준이 누구의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누구도 완전하지 않기에. 내가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아니라면, 피조물이라면, 창조주에게 그 만들어진 그 이유와 목적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미정이 하나님께 한 질문처럼 말이다 " 하나님 저 뭐예요?"
나의 해방 일지 해외반응을 살펴보다
처음엔 잔잔한 드라마라 생각했다가 7번째 돌려보고 있는 나! 내가 본 드라마 중 넘버원입니다
굉장한 드라마다. 매우 현실적인 그러나 내 인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이 영화는 모든 일들에 순응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 편의 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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