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장르는 멜로 수사극!
한 남자가 벼랑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이 맡게 되고 추락한 고인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수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복귀작으로 어떤 영화를 선보일지 기대하던 중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 심리극이자 멜로 영화이자 수사극이다. 전체적으로 보이는 모니터상의 다크하고 채도가 빠진 색감이 영화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이 매우 짙고 깊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여주인공을 탕웨이로 결정한 계기 또한 뜻밖이다. 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는 배역을 누구로 할지를 처음부터 정하지 않고 쓰기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헤어질 결심의 여자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그래야만 탕웨이를 섭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만큼 여주인공 서래를 연기한 그녀는 너무나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영화는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에 포커스를 두고 그것을 풀어가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뼈대를 끌고 간다기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하는 과정 가운데 해준과 서래의 변화하는 감정선에 집중하게 만든다.
용의자가 탕웨이라면? 하며 써 내려갔던 각본이었을까?
남자 주인공 해주는 누구나가 부족함이 없는 삶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면에 깊고 오래된 결핍이 그를 끊임없이 힘들게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잠을 잘 수 없는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피폐해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고통으로 인해 그의 표정은 영화만큼이나 늘 무겁다. 아내가 있어도 그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런 와중 그 앞에 나타난 용의자 서래. 그녀를 만나 후 해주안에 온전치 못 한 것들이 온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온갖 수를 다 써서 잠을 청해 보아도 안되던 노력이 그녀를 접하고 깊게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이 한 예. 그것은 서래가 그를 위해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움에서 오는 결과이다. 마치 그의 전부를 다 품어 주듯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 듯 채워지지 않던 빈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 해주. 그의 마음에 그녀가 들어왔다.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그녀에게 중독된 것이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탕웨이(여배우)의 어설픈 한국대사가 오히려 그녀의 탁월한 연기에 더해지듯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해준이 그녀를 수사하기 위해 서래의 집을 잠복 수사하게 되는데 그건 오히려 수사를 빌미로 그녀를 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영화 헤어질 결심 속에 나오는 두 사람의 시선은 늘 엇갈리지만 결국 그들을 서로를 자신의 눈에 담는다. 서로의 모습을 담고 서로가 서로의 음성을 녹음하여 상대를 마음에 담는 것.
영화에서 보이는 안개 장면은 남녀 주인공들의 서로를 향한 모호한 관계를 표현해 낸다. 문제 해결에 대한 욕구와 그 용의자와 형사에게 끌리는 본성에서 갈등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안개가 내려앉은 바닷가의 배경이 찰떡같이 맞아떨어진다. 그 배경 음악 역시 가수 정훈희의 '안개'.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고백보다 더 진한 징표!
살해 용의자이자 그의 마음에 가득 차 버린 그녀가 남긴 사건의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해주는 연신 눈에 인공눈물을 눈에 넣는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사심이 마주하는 순간이다. 인공눈물이 그의 눈에 떨어질 때 흐릿해지는 그 순간이 영원해지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안개와 같은 서래라는 존재의 모호함을 걷어내고 싶은 마음일까? 서래와 소통하는 게 어려운 해준은 스마트폰 안의 통역 앱을 통한 대화를 하면서 오해와 해명을 반복하게 만들고 깊은 정서적인 교감 또한 갖게 되는 수단이 된다. 각자의 스마트폰은 서로를 향한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게 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걸 안 해준이 그것을 바다에 버리라고 하지만 그녀는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살면서 우리는 직접적인 표현을 해야 알 수 있다고 그토록 그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대답을 막상 듣는다 해도 확신되지 않은 공허함이 남아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예상과 다른 극적 포인트에 놀라고 또, 생각지 못했던 개그 우면 김신영의 등장과 예상을 뛰어넘는 그녀의 진지한 연기. 그리고 뛰어난 연기에 또 놀라며, 많은 카메오 분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그 무게감에 또 놀란다.
해외반응: 믿고 보는 박찬욱 감독의 기대작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전의 박 감독의 색깔을 예상하며 스릴러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영화의 중반으로 넘어서 완전히 바뀐 장르에 놀랐다.
헤어질 결심은 긴장감 있는 스릴러가 아니라 이 새로운 영화는 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올드보이를 연출한 박 감독의 미친 시각적 편집. 미장센이 훌륭했다
역시 박찬욱 감독은 기존의 형식에 타협하지 않는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훌륭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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